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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from 잡담/스크랩 2007/10/02 15:47

훌륭한 타자는 매년 조금씩 공이 크게 보인다. 입단했을 때, 투수가 던지는 공은 모두 빠찡꼬 구슬처럼 작게 보였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자세를 취한다. 나는 투수의 손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핑! 정신 차렸을 때는 공은 언제나 포수의 미트 안. 그렇게 작고 빠른 공을 어떻게 방망이로 맞힐 수 있을까? 막 프로가 된 타자가 처음 느끼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러나 빠찡꼬 구슬은 이윽고 골프공으로, 탁구공으로, 사과로, 배구공으로, 수박으로 성장해 간다. 그것과 함께 속도는 점점 더 떨어져 간다. 로켓으로부터 제트기로, 헬리콥터로, 복엽기로, 문명의 진보의 계단을 굴러떨어져, 마지막에는 피서지를 달리고 있는 자전거의 속도가 되고, 마침내는 그 자전거로부터도 내려서 자신의 발로 걷게 된다. 극대화와 극소화의 동시 진행. 그렇게 되면 이제 시합은 이쪽 것, 홈 베이스의 바로 앞 20센티인 곳에서 딱 정지하는 초대형 지구의 같은 공을 어떻게 요리하든 이쪽의 자유이다. 물론, 요리 전에는 그 재료를 찬찬히 음미해야 한다. 그 공이 스트레이트라면, 세로의 스핀이 걸려 있으니까, 토성과는 달리 고리가 딱 세로로 붙어 있는 천왕성처럼 수직 방향으로 안개와 같은 것을 매달고 날아오는 것이 보인다. 한편, 슬라이더의 경우는 공을 잡는 부위에 따라서 꽤나 보이는 모양이 다르다. 실밥에 손가락을 걸지 않고 큰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의 공은 하얗게 어른어른하는 것이 중심 있는 근처에 보이나, 실밥이 좁은 곳에 손가락을 걸어 자르듯이 던지는 투수의 슬라이더는 왠지 중심이 빨갛다. 그 빨강은 투수에 따라서도 다르고, 컨디션에 따라서도 다르다. 언제나 장미 같은 새빨간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의 공 색깔이 크랜베리 주스처럼 보이면 그건 그놈이 애인하고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이 이렇게 보이는 것은 꾸준히 3할 4푼을 치는 타자뿐으로, 양 리그를 합쳐서도 10명이 안 된다. 그러니까 올스타 벤치 안에서는 "어땠어?" "그 슬라이더는 팥 색깔이었어. 회전이 좀 모자라니깐 톱 스핀을 먹이지 않으면 스탠드까지 보내는 건 무리야." "생큐, 알았어."라든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데 톱 스핀을 먹이면 시속 138킬로로 나선상으로 날아오는 공 중심에서 8밀리 정도 위를 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대개의 타자는 날아오는 공을 어림잡아 치기만 하는데 그런 건 배팅이 아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다카하시 겐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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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이든지 슈퍼탑레벨의 세계에 들어가면 위와 같은 경지가 존재하는 모양이다.(나야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장담할 수 없다.) 피아니스트라면 시간을 1/1024초로 나누고 강약을 48단계로 나누어서 건반을 쳐 나갈 수 있고, 헤어디자이너라면 얼굴만 봐도 이 사람이 머리가 하루에 몇 mm씩 자라는지, 옆쪽과 위쪽 중 어느 부분이 더 빨리 자랄지, 커트단면을 최소화할 것인지 아니면 2도쯤 기울일 것인지 알 수 있을 테고, 붕어빵 장수는 소리만 듣고도 지금 틀 안의 붕어빵 색깔이 어떤지, 지금 건 팥고물이 적게 들어갔으니 단맛을 싫어하는 아가씨에게 주어야겠다든지, 지금 건 시간이 지체됐으니 바삭바삭한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팔아야겠다든지 하는 걸 알 것이다. 재능과 노력, 아니 그런 흔한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바늘 끝의 세계.

연설문을 읽으면서 iambic pentameter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세기의 시인이겠지. 온도계도 시계도 없이 계란을 투명하게 익힐 수 있는 사람은 불멸의 쉐프가 될 것이다...




덧. 위의 작품은 야구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_-;;

-- by KSeagle


궁극과 본질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 같다
코딩에 도가 튼 사람이라면 슈도 코드를 그리면서 내가 만들 코드에 어떤 버그가 생길지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좀 아닌가 -_-;; )
2007/10/02 15:47 2007/10/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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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3 04: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도가 튼 사람이면 수도코드를 만들때 버그가 없는 코드를 만들겠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