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hosun.com/economy/news/200604/200604250331.html
안철수 "경영보다는 공부가 쉽더라"
- "공부는 고생스럽지만 고민할 필요없어"
- "벤처기업 도와주는 역할 하고 싶다"
"경영도 해봤고 공부도 했는데 경영과 공부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부는 고생스럽지만 고민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경영은 그렇지 않죠"
안철수 안철수연구소(053800) 이사회 의장은 25일 서울 본사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학업에만 최선을 다하면서 새 창업이나 교수직, 벤처 캐피탈리스트 등의 길 중에서 차후 진로를 결정하겠다"며 1년간 미국에서 머물렀던 소회를 밝혔다.
안 의장은 "벤처 기업인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벤처 캐피탈을 개선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벤처기업들을 도와주고 조언하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해서는 "능력이 부족하고 과분한 제안이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갔던 안 의장은 다음달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 스쿨 최고경영자 과정(Executive MBA)에서 경영수업을 쌓을 예정이다. 그는 이사회 참석과 고려대 강연 등을 위해 6박 7일 일정으로 23일 귀국했다.
다음은 안철수 의장과의 일문일답.
- 1년동안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것이 가장 불편했다. 특히 미국 학생들은 어떤 사안이 있으면 그 사안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되지만 영어에 서툰 경우는 (생각을 영어로 정리하는)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점이 불리하다.
신문을 보면서 제목에 나오는 단어인데도 모르는 어휘일 경우도 많았고, 다만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미국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을 더 경험할 수 있는 면도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영어공부는 어떻게 했나?
▲ 남들 하는 것처럼 똑같이 했다. 토플도 2번이나 봤고 GMAT도 2번 치렀다. 오랫만에 영어공부를 하니까 재미도 있었다. 토플은 예전에 비해 시험 형식이 많이 달라졌더라. 예전에는 짧은 대화를 듣고 문제를 푸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시험도 있고 아예 3분 정도의 강의를 들려주고 문제를 풀게하는 등 여러가지 달라진 게 많았다. 아무튼 젊은 사람들과 함께 시험을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 미국에서 머물면서 벤처캐피탈에서 일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땠나?
▲ 일부에서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해오면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는 경영자의 자질, 둘째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다.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되어 있어서 중소기업이 부가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대기업의 인력파견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셋째는 벤처캐피탈이 개선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는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한 회사들에 대해 매니지먼트를 지원하거나 비즈니스를 위한 컨택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데 비해 한국은 돈만 주고 그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세가지 문제중에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는 나 개인이 어쩔수 없는 부분이지만 경영자의 자질이나 벤처캐피탈의 역량 강화 부분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벤처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정리되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EIR(Entrepreneur in residence)이라는 자격으로 벤처캐피탈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데 우선 적성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지만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우선 투자 결과가 나타나는 기간은 3~5년이 필요하지만 아직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만 여러가지 사업모델들을 접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많았고 한국에서 해볼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한 경우도 있었다.
-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생각중인가?
▲ 좀더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지금은 잘 모르겠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꼭 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매순간 열심히 살고 뭔가 결정을 해야 할때가 오면 꼭 가야할 길이 보이더라. 의대교수직을 버리고 백신회사를 만들때도 장기계획을 세워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의사일은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지만 백신개발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처럼 팔순에도 환자를 보는 그런 의사가 될 줄 알았는데 그 길을 따라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 한 순간 의사를 그만둬야 할 때가 왔다. 앞으로도 계속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면 결정을 내려야 할때가 온다고 본다.
내가 현재 갈 수 있는 길은 첫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는 것과 둘째가 안철수연구소로 돌아오는 것, 셋째가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의대교수였으니까 다시 교수로 돌아가는 것이고, 네 번째가 벤처 캐피탈리스트다. 앞으로 1∼2년 열심히 산 후에 결론을 내리겠다.
- 미국에서 공부하고 벤처캐피탈에서 보고 들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IT관련 사업기회나 시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실리콘밸리의 작년 화두는 '웹 2.0'이었다. 그런데 작년 10월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안철수연구소 직원들도 그 개념을 잘 모르고 기자들도 마찬가지더라. 이상해서 기사를 검색해보니 기사로 다뤄진 적도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서 모든 뉴스를 공유하는 시대인데 아직 사람들이 이런 걸 잘 모른다는 점에서 놀랐다. 여전히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또 하나 놀란 것은 내가 웹 2.0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나서 한 두달 사이에 웹 2.0 컨퍼런스도 열리고 상당히 빠르게 이 개념이 확산됐다. 이렇게 어떤 개념을 받아들이고 확산하는 속도는 한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웹 2.0의 저변에는 '탈 권위주의'가 깔려있다. 개인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인 것이다. 얼마 전 본 인기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도 그런 탈 권위주의를 보여주는 영화다. 386세대인 우리가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설정인데 인기를 모았다. 웹 2.0은 이런 시대적 흐름인 탈권위주의와 개인의 참여의식이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것이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업계를 보면 소프트웨어의 3대 키워드는 아웃소싱, 오픈소스, SaaS(Software as a Service)다. 아웃소싱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바꾸는 스케일로 이뤄지고 있다. 아웃소싱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조각 퍼즐처럼 짜맞춰지며 진행 중이다.
SaaS도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빌게이츠 회장이 10년전에 넷스케이프라는 프로그램이 나왔을때 사원들에게 e-메일을 돌려서 회사의 위기라고 말하고 회사의 방향을 바꿨었다. 최근에 다시 빌게이츠 회장이 구글 포털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나가고 있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위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 회사가 소프트웨어 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범위를 좁혀서 보안업계로 보면 보안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특정 대상을 공격하던 해커들이 바이러스가 나오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격을 바꿨다.
이제 그 해커들이 특정 사이트만을 공격하는 식으로 또 방향을 틀었다. 다만 과거에는 일부 악명을 가진 해커들이 특정한 목적 없이 공격을 했다면 앞으로는 돈을 벌기 위한 해킹, 재무적인 공격이 많아질 것이다.
즉 1.25 사태처럼 보안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터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사고처럼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보고 새롭게 조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1년 조금 넘게 쉬었는데 조금 더 일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나 아니면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었나?
▲ 사실 쉰 적이 없다. 작년에 아이는 고등학생이어서 입시준비를 해야 했고 아내는 당시 워싱턴 주립대 법대를 다녔다.
근처에 빌게이츠 아버지가 기부를 해서 세운 도서관이 있는데 온 가족이 매일 도서관 가서 공부를 했다. 시애틀에 살고 있었지만 레이니어산에도 못가봤다.
당시 현지 교민들이 안철수 가족이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다더라 하면서 구경을 온 적도 있었다.
공부하면서 느낀 것인데 경영과 공부는 다르다. 차이가 있는데 공부는 고생은 되도 고생스럽기야 하지만 고민이 필요 없다. 경영은 그렇지 않다. 그 차이가 크다고 느꼈는데 일단 거기까지 생각해봤다.
- 쉬면서도 정계 등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는데
▲ 인정해줘서 고맙지만 능력에 과분한 요청이었다. 능력은 없으면서 욕심을 부리면 본인도 고생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불행해진다. 능력이 부족하고 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우선은 공부만 하고 싶다. 그러다가보면 앞서 말한 4개 진로 중 하나에서 길이 보일 것이다.
- 안철수연구소를 떠난 후에 현재의 경영상황을 평가한다면
▲ 경영성과도 좋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자리잡힌 것 같다. 경영성과는 나 있을 때보다 더 좋더라. 잘 물러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고대에서 석달 정도 기업지배구조 강의를 들었었는데 주말에는 따로 사람들끼리 모여 발표도 하고 공부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의 견제와 조언이 없는 상황에서는 오만과 부패가 필연적이다. 반면 탈권위는 효율은 낮아보여도 필연이다.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겸임하면 독재자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CEO는 이사회 의장에 감사 등까지 겸해도 이상하게 보질 않는다.
그러나 사회가 그렇게 발전하듯이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도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만든 조직인만큼 건전한 견제구조가 필요하다. 안연구소의 기업구조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후배 경영자들이 택할 수 있는 선례중에 하나를 만들고 싶고 아직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는 할 것이 많다.
-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현대차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미국에서 들어오면서 비행기서 TV로 뉴스를 보면서 그런 사건이 있는 줄 알았다. 정보가 없어서 할 말은 없지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위로 상향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좀 어렵지만 방향이 위로 향하는 것과 현재는 좀 잘되더라도 전체적으로 아래로 향하는 것은 차이가 큰데 한국은 전체적인 방향은 위로 나아지고 있는 방향으로 본다.
- 요즘 1세대 보안기업들이 많이 어려운데 안철수연구소의 향후 역할은 어떻다고 보나
▲ 보안업계 어려움이 안타깝다. 국수주의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보안은 한 나라가 자체 화폐처럼 갖고 있어야 하는 부문이다. 외국에서는 IT 사업분야 중에서 보안이 투자 1위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 위축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렇지만 사명감을 갖고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안철수씨...
이 사람 참 대단한 사람 같다.
벤치마킹 대상이다.
몇년 뒤엔 정치계에 뛰어들 듯 싶다. 때를 노리고 있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