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새벽 1시에 전화 걸어놓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미팅이 있기 때문에 일찍 자야한다고 굿 나잇을 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다. 사실 그 전날엔 내가 바쁘다고 전화를 일찍 끊어놓고서는, 막상 내가 반대 입장이 되니 간사하게도 또 그게 서운하다.
그리고 어제는 찾아야할 것들이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2년 전 옛 이메일들을 뒤져보게 되었는데, 마침 당시 연애를 시작하고 있던터라 메일박스가 완전히 남자친구의 메일로 가득한 것이 아닌가! 요샌 일주일에 한통도 안보내주는데.. 생리 전 호르몬 분비 이상이였는지 어쨌는지. 아주아주 침울해져버렸다. 마음 속으로 영화 "속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이 되어 슬퍼하고.. 일당 이메일 교환 횟수 변화 그래프를 그려 보내줘볼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저녁 전화가 왔을 때 바가지를 긁었다.
나 - "옛날의 그 감정, 사랑을 시작하는 그 순간의 느낌이 그리워. 바람 피우고 싶어" 그 - "뭔 소리야?" 나 - "사랑이 변했어. 채 2년도 안 지났는데 우리 사랑이 변했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 - "뭐가 변했다는거야?" 나 - "2년전에는 너 메신저 썼었다, 알아? 그땐 우리 MSN 메신저로 이야기도 했다." 그 - "우리 요즘은 Skype 쓰잖아."
나 - "-.-; 어, 그래. (황급히 수습) 여튼, 그때 넌 얼마나 자주 이메일을 썼는지 알아? 그래프 그려서 보여줄까?" 그 - "그때 우리가 그렇게 메일을 많이 주고 받았어?" 나 - "그래. 하루에 다섯통도 넘을 때도 있었어!" 그 - "그런데, 그땐 우리 정식으로 교제하기 전이라 서로 전화 안 했잖아... "
나 - "-.-; 어 그래. (깨갱..)"
결국, 지금 예전처럼 이메일을 서로 안 보내는 이유는.. 하루 평균 한시간 꼬박꼬박 전화통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변했어"라고 섣불리 싸움 걸었다가 민망해져버렸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던 그 순간의 설레임이 그리울 때" 바람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정말 사랑을 시작하는 그 순간의 설레임을 다시 회상하면, 나 역시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도 두근세근 뛰고 젊어지는 느낌이다. 그립다. 지금의 이 밍밍한듯 보이는 그와 나의 사이를 생각하면, 그때의 열정과 설레임이 너무나 그립고, 지금의 상태가 불안해지곤 한다. 사랑이 사라졌나?
아니, 사랑이 사라진 건 아닌 것 같다. 사랑이 변했다. 하루 대여섯통의 이메일이 하루 한시간의 전화통화로 바뀌었듯이, 당시의 설레임은, 그때는 존재하지 않던 서로에 대한 신뢰와 편안함으로 바뀐 것 같다. 설레임을 위해, 지금의 이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설레임만 있는 사랑을 평생 하기엔 피곤하다.
또 몇년 후에 "왜 예전엔 전화도 한시간씩 하더니 요새는 전화를 안 하느냐" 서운해 할 순간이 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땐 서로 전화를 한시간씩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고 헤아릴 수 있는, 좀더 발전된 관계, 진화된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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